구겨진 책

Posted by [ 博學多食 ] 쪽빛아람
2015.11.17 23:56 2015/Life




 엊그제 진주문고에서 책을 한 권 사왔습니다.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 를 읽은 이후로 대형서점이 아닌 서점에 가게되면 책 한 권은 꼭 사서 나오려고 애씁니다. 진주문고에 방문하기 전에 구입했으면 하는 책이 있었는데, 서점에 가서 직접 읽어보니 딱히 사고싶지 않아서 무슨 책을 살까 고민하면서 서점을 둘러봤습니다. 그러다가 눈에 띈 책이 한티재에서 나온 기본소득에 대한 책인 '나는 국가로부터 배당받을 권리가 있다'라는 책입니다.


 지난 주중에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을 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페이스북에서 접했습니다.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의원들의 공약이 기본소득 실험이었고 그 실험이 구체적인 계획으로 잡혀가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우리나라 방송사에서 뉴스를 내면서 자막에 프랑스라고 잘못 나간 바람에 댓글로도 실제 내용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길래 어떤건지 궁금해서 일부러 구글링까지 했던 기억 때문인지 기본소득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기본소득에 관심이 있어서 이런저런 책을 빌려서 봤는데 다른 나라의 사례가 아닌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기본소득을 구체적으로 얘기하는 책이라 딱 마음에 들었습니다.


 책을 집어든 순간 책 표지가 약간 울어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유통되는 과정에서 손상을 입은 책이었습니다. 큰 고민을 하지않고 이 책을 사야겠다고 마음먹고 구입을 했습니다. 책을 깨끗하게 보는편은 아니지만, 책을 살 때는 최대한 흠이 없는 책을 사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기본소득에 대한 책을 구입하면서 책의 본질과 관계없는 흠 때문에 다른 책을 고른다는건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구입한겁니다.


 문득 학창시절에 새 학기나 새 학년에 사용하게 될 교과서를 받던 날이 생각났습니다. 키가 큰 편이라 교무실이나 1층 현관에 가서 반별로 나누어줄 교과서를 옮기는 일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옮겨와서 반별로 교실 앞이나 뒤편에 쌓아둔 교과서를 순서대로 한 사람씩 나와서 받아가곤 했었죠. 그 때도 저는 최대한 흠이없는 교과서를 받으려고 애썼습니다. 딱히 학교 공부에 열심도 없었으면서 교과서를 나눠받은 날이면 괜히 이 책 저 책 뒤적여보기도 했습니다. 소위 이과생이었던 관계로 잘 하는 과목은 수학이나 과학이었지만, 뒤적일 때 재미있는 과목은 아무래도 사회 과목들이었습니다. 특히 각종 도표나 지도 등이 가득한 사회과부도, 역사부도, 지리부도는 더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가면 교과서의 본질과 관계없는 부분에 흠이 있는 교과서를 자신있게 받아들 수 있을까요. 표지에 조금 흠이 난 것보다 그 속을 채우고 있는 내용이 어떠한지 본질적인 부분에 관심을 가지는 요즘 학생들처럼 행동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표지의 구겨짐이 아닌 내용의 바름을 바라볼 줄 아는 제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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